경향신문 2016-08-11/
최근 금수저, 흙수저와 같은 용어들이 확산되면서, 자신의 노력보다는 가족배경에 따라 사회불평등이 심화된다고 믿는 청소년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우리 사회가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지 않으며, 부모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능력에 따라서 자신의 꿈을 찾을 수 있는 기회도 달라진다고 믿는다.
우리 사회에서 기회불평등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학교를 다니는 청소년들의 입장에서 보면, 교육시설과 프로그램이 일반고·특목고·자사고 등 학교 유형별로 많이 차이 나며, 사교육 기회도 가정 배경에 따라서 크게 달라진다. 또한 고용문제는 심각한 상황에 있으며 청소년들이 희망하는 일자리에 취업할 수 있는 기회도 줄어들고 취업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이러한 현실에서 일부 특권층의 자녀들이 더 많은 기회를 갖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청소년들은 사회적 성취를 위한 기회 불평등 구조가 우리 사회에서 고착화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점은 최근 동그라미재단이 발표한 ‘기회불평등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많은 청소년들은 ‘우리 사회는 개인이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거나 ‘성공을 위한 기회가 공평하게 보장되어 있다’는 의견에 대해서 매우 부정적이었다. 특히 교육, 취업·승진, 인맥형성 등 사회경제적 지위를 결정하는 기회가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는 청소년의 비중은 저소득층 가정 혹은 사교육경험이 적은 학생일수록 더욱 높았다.
이들이 예상하는 세대 간 계층이동도 가정배경에 따라서 달라지는데, 저소득층 가정의 청소년들은 자신의 자녀도 미래 저소득층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결국 청소년들이 생각하는 계층이동은 현재의 사회적 조건이나 기회불평등을 반영하는 ‘계층 재생산’의 성격을 보였다. 희망마저 마음껏 가질 수 없는 계층의 대물림인 셈이다. 계층이동 의식이 현재부터 미래의 사회경제적 지위 변동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이들의 부정적 의식은 우리 사회의 우울한 상황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임을 시사한다.
금수저, 흙수저 담론은 바로 이러한 청소년들의 경험과 의식을 반영한 것이다.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서 교육기회가 불평등하다면, 교육은 부모의 경제적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도구로 전락할 것이다. 또한 사회적 성취의 기회 자체가 불평등하다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노력하는 청소년들이 줄어들 것이며 사회불평등을 재생산하려는 일부 특권층에 대한 저항감은 더욱 많아질 것이다.
따라서 사회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며, 가정 배경에 상관없이 모든 청소년들에게 동등한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 일이 시급히 요청된다. 이를 위한 출발점은 학교교육 강화 정책이다. 청소년들이 지적 능력을 향상시키고 꿈을 실현하기 위한 교육활동은 기본적으로 학교를 중심으로 진행되어야 하며, 초·중등 교육과정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대학입시제도도 사교육기관이 아니라 학교에서의 성과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학생선발제도가 사교육을 많이 받은 학생과 특정한 학교의 졸업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운영된다면, 사교육 과열화와 학교 서열화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결과적으로 공교육 강화를 위한 노력도 물거품이 될 것이다. 가정환경이 어려운 학생을 위한 교육지원 프로그램과 관련 예산도 대폭 늘려야 한다. 불평등이 고착화되는 한국사회에서 빈곤의 대물림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교육을 통한 사회적 성취다. 저소득층 학생이나 낙후지역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혁신적 교육·복지정책을 확대해 이들이 빈곤에서 탈피할 수 있는 기회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