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2016-06-17/
성공한 젊은 사업가에 냉담한 사회
최근 여러 언론이 한 청년사업가의 성공을 다뤘다. 여대생 시절부터 사업에 뛰어든 그는 10여년에 걸친 실패 끝에 마침내 연매출 120억원이 넘는 디저트 전문 프랜차이즈기업 대표가 됐다. 주인공은 알록달록한 케이크로 유명한 ‘도레도레’의 김경하 대표다.
청년들에게 창업을 권장하는 사회분위기를 생각하면 그의 성공스토리는 귀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청년층 반응은 냉담했다. 트위터나 웹진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금수저의 성공스토리’라며 김 대표를 비꼬는 게시글이 여럿 게재됐다. 그가 언론에 첫 사업 자본금을 국가장학생 장학금 1000만원, 주식 처분금 3000만원, 어린시절부터 저금한 세뱃돈과 용돈 4000만원으로 시작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평범한 대학생이 모을 수 있는 금액은 아니다.
김 대표의 성공이 부유한 집안 출신 때문만은 아닐텐데도 대중의 반응은 차가웠다. ‘다들 용돈 4000만원쯤은 있지 않냐’는 트위터 글이 3500개 이상 리트윗되기도 했다.
김 대표 입장에서는 본인의 뛰어난 사업능력이 금수저라는 배경에 가려졌다고 억울해할 수도 있겠다. 대개 김 대표의 사업수완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젊은이가 김 대표처럼 10여년간 적자를 내면서도 계속 사업을 하고 싶어도 시도할 수 있는 ‘기회’조차 없다는 데 불편을 느꼈을 것이다. 오락실로 따진다면 김 대표는 무수한 동전이 있어 여러 번 죽더라도 ‘끝판’까지 가겠지만 대부분은 100원짜리 하나로 끝판까지 가야 한다.
실제 최근 동그라미재단과 한국리서치가 만 16세부터 74세까지의 남녀 3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62.5%는 우리나라의 개인이 성취할 수 있는 기회가 높지 않다고 답변했다. 젊을수록 기회가 공평하지 않다는 사람이 많았다. 또 응답자 73.8%는 ‘우리 사회는 집안 등 사회경제적 배경이 개인의 노력보다 성공에 더 중요하다’고 답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주목할 점은 만 16세부터 18세 청소년 응답자들이 미래 자신의 자녀들이 현재 자신의 계층보다 상승 이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계층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적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칫 ‘금수저가 금수저를 낳았다’라고 인식될 수 있는 김 대표 이야기는 계층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잃은 청소년들의 생각을 그대로 뒷받침하는 사례로 받아들였을 수도 있겠다. 젊은 사업가의 성공 이야기가 ‘금수저-흙수저’ 담론으로 이어지는 기회불평등 사회에 씁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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