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희망마저 가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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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2016-06-21/

희망마저 가난한

취업 준비 중인 대학생 고민철(25·가명)씨는 이번 생애에는 답이 없다고 생각한다. 부모님이 작은 식당을 운영하지만 대학 등록금을 보태느라 아르바이트를 쉴 수 없다. 얼마 전 대기업에 취업했다고 자랑하는 친구에게 “고위 공무원인 아버지 잘 만나서 좋겠다”고 말하려다 참았다. 그렇다고 크게 억울하지는 않다. 일반고에서 학교 수업만 듣던 7년 전, 그는 인생이 이미 결정됐다고 생각했다. 이런 사정을 아는 부모님도 취업을 채근하지 않는다. 요즘엔 ‘비정규직 일자리라도 구해야 하나’ 체념이 든다.

계층이 낮을수록 미래에 대한 기대도 품지 않게 되는 ‘희망 격차’의 대표적 사례다. 비영리 공익법인 ‘동그라미재단’이 한국리서치를 통해 고등학생과 성인 35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발표한 결과를 보면, 청년층을 중심으로 모든 세대에서 희망 격차가 더 커지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6월15일 ‘기회불평등 2016’ 연구발표회). 결과를 그래픽 뉴스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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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 중 1명만 ‘수저’의 색깔과 상관없이 개인의 노력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믿었다. 성공 조건으로는 사회적 인맥, 부모의 경제적 수준, 개인의 노력, 개인의 학력 등이 차례로 꼽혔다. 기회가 불평등하게 주어진다는 부정적 인식은 미래를 어둡게 전망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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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20~39살)은 다른 세대에 견줘 부모의 직업과 교육수준(가족 배경, 사회·경제적 지위 지수)에 따라 불평등, 기회, 대우, 사회이동, 삶의 만족도 등이 좌우된다는 인식이 가장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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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17살~19살)들도 이미 계층이동 사다리가 끊겼다고 느꼈다. 한국 사회의 최하층을 1, 최상층을 10이라 했을 때 스스로를 하류층이라 생각하는 고등학생들은 중학교 3학년이던 15살 무렵 자신의 계층 지위를 평균 3.78로 인식했다. 이들이 기대한 자녀의 미래계층 지위는 4.99였다. 하류층 고등학생은 미래의 자녀 세대가 자신보다 나은 삶을 살아도 사회적으로 여전히 낮은 계층을 유지할 것으로 비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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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포’는 희망 격차의 결과였다. 청년 남성의 경우 취업준비생, 비정규직, 정규직 순서로 연애·결혼·출산 의사가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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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하층이라 여기는 부모 10명 중 7명은 자녀가 중층·상층이 될 것이라 믿었다. 동시에 부모도 자녀 세대에 계층 간 장벽이 더 커졌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층 부모의 자녀가 상층 대신 하층에 머무를 가능성은 상층 부모의 자녀가 상층 대신 하층으로 떨어질 가능성의 11배로 인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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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불평등→기회불평등→희망 격차→불평등 심화’의 악순환 고리를 끊을 대안으로 소득불평등 완화와 기회 보장 등이 제시됐다. “모든 세대에 나타나는 희망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안정과 교육, 기회의 보장이 동시에 필요하다. 이는 노동시장, 복지와 조세 등의 영역에서 획기적인 정책 개선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번 조사의 분석을 맡은 신광영 중앙대 교수(사회학)의 조언이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