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뉴아시아] 금수저의 사회, 개천용의 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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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2016-06-20/

[뉴아시아] 금수저의 사회, 개천용의 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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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너 아부지 뭐하시노?” 영화 ‘친구’에서 한 고교 담임교사가 툭하면 말썽을 부리는 학생의 뺨을 때리며 묻던 말이다. 학생이 잘못을 저지르는 것은 아버지가 잘못 가르쳤기 때문이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십수 년 후 영화 속 이 대사는 젊은이들에게 전혀 다른 뜻이 됐다.

부모의 직업과 사회적 지위, 집안 배경에 따라 학령기 교육의 기회부터 졸업 후 취업의 기회까지 달라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간극은 더욱 벌어지는 양극화를 목도하면서 ‘금수저와 흙수저’, ‘헬조선’으로 대변되는 우리사회에 대한 좌절감은 그 어느 때보다 깊어지고 있다.

비영리공익법인 동그라미재단이 지난 3~4월 전국의 만 16~74세 남녀 3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회 불평등에 대한 경험과 인식 조사’ 결과, 개인의 노력을 통한 성취 가능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우리 사회는 집안 등 사회경제적 배경이 개인의 노력보다 성공에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전체의 73.8%에 달했다. 지난해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65.7%)에 비해 심화된 수치다.

반면 ‘우리 사회는 개인이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는 사회’라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지난해 조사 결과인 23.6%보다 줄어든 16.1%에 그쳤다. 대다수의 국민이 우리 사회에서 개인의 노력을 통한 성공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강해졌다는 뜻이다.

특히 전체 응답자의 62.1%가 ‘우리 사회가 공평하지 않다’고 답했는데 연령별로는 20대 69.1%, 30대 66.2%, 40대 60.6%, 50대 58.9% 등의 순이었다. 젊은이일수록 현실이 불평등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더 많은 셈이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최근 구직자 522명을 대상으로 ‘친구들 중 부모님에게서 취업 지원(비용·인맥 등)을 받은 사례가 있는지’ 질문한 결과, 무려 57%의 응답자들이 ‘있다’고 답했다. ‘부모님 회사에 입사했다’와 같은 비교적 건전한 사례도 있지만, ‘대기업 임원 출신인 부모님이 해당 본사, 협력사 일자리를 알아봐 줬다’거나 ‘고위 공직자인 부모님이 자녀에게 면접특례를 줬다’는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젊은 층의 이 같은 인식은 교사와 공무원, 공기업, 대기업 등 ‘좋은 일자리’를 선호하는 현상으로 고착화되고 있다. 당장 금수저, 은수저가 되지는 못할지라도 최소한의 가정을 꾸리고 생계를 책임질 수 있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쟁취해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학 졸업생인 황기원(26)씨는 “좁은 취업문과 반기업 정서에도 불구하고 삼성이나 LG 같은 대기업에 입사해야만 중산층으로의 진입이라도 꿈꿔볼 수 있기에 취업 눈높이를 낮추기보단 1~2년 더 취업에 매진하는 쪽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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